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끝내 트로피는 들지 못한 그들
월드컵은 누군가에게는 꿈의 무대,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습니다. 극적인 드라마의 끝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이는 단 한 팀뿐이지만, 수많은 선수들은 그 그림자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특히 ‘거의 영웅이 될 뻔했던’ 이들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들은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마지막 순간의 실수나 아쉬운 결과로 인해 세계 축구사에 ‘비운의 주인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월드컵의 안타까운 스타들을 조명해봅니다.
로베르토 바조 – 한 순간의 실축, 영원한 상처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탈리아는 로베르토 바조의 맹활약으로 결승에 진출합니다. 토너먼트에서 나이지리아, 스페인, 불가리아를 상대로 연이어 골을 넣으며 팀을 구한 그는 ‘신의 축복을 받은 꼬마’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결승 상대 브라질과의 경기. 승부차기까지 간 승부의 마지막 키커였던 바조는 하늘로 떠오르는 실축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실축과 함께 브라질이 우승컵을 차지했고, 바조는 눈물을 삼켜야 했죠. 이 장면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실축 중 하나로 남았고, 바조에게는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탈리아가 결승까지 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주역이 바로 그였다는 점입니다.
아리에 헨트 – 아름다웠지만 닿지 못한 ‘토탈 사커’의 상징
1974년 서독 월드컵.
네덜란드는 ‘토탈 사커’라는 혁신적인 전술로 전 세계를 매료시킵니다. 당시 팀의 중심은 요한 크루이프였지만, 오른쪽 측면을 누비며 공수를 오가는 아리에 헨트 또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줍니다.
네덜란드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결승에 올랐고, 결승전 초반에는 선제골까지 넣으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서독은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2-1로 승리했고, 네덜란드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지만 우승하지 못한 팀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리에 헨트와 같은 선수들은 결과에 가려졌지만, 당시 축구의 판도를 바꿔놓은 혁명가들이었습니다.
디에고 포를란 – 트로피 없는 MVP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은 조별리그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줍니다. 긴 머리, 강력한 중거리 슛, 정확한 프리킥으로 그는 우루과이를 무려 4강까지 끌어올립니다. 특히 가나와의 8강전에서 보여준 감각적인 프리킥 골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비록 우루과이는 4강에서 네덜란드에 패하고, 3·4위전에서도 독일에 무릎을 꿇었지만, 포를란은 당당히 골든볼(대회 MVP)을 수상합니다.
하지만 그조차 “개인상은 기쁘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그 대회 최고의 선수였지만, ‘우승’이 빠진 커리어는 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마이클 발락 – 결승마다 눈물을 삼킨 캡틴
독일의 ‘비운의 캡틴’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선수, 마이클 발락.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독일은 브라질과 결승에서 맞붙습니다. 그해 발락은 팀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득점과 리더십 모두에서 돋보였지만, 아쉽게도 준결승에서 받은 경고 누적으로 결승에 출전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독일은 결승에서 브라질에 0-2로 패하고 말았고, 발락은 벤치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같은 해 소속팀 레버쿠젠에서도 챔피언스리그, 독일 리그, 컵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3관왕’이 아닌 ‘3연속 준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깁니다.
그의 이름은 언제나 뛰어난 실력과 함께 ‘결승의 벽’이라는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거의’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월드컵 무대에서의 비운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닙니다.
이 선수들은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되고, 더 많은 공감을 얻습니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투혼과 열정은 팬들의 기억에 깊이 새겨집니다.
‘거의 영웅이 될 뻔한’ 이들이 있었기에 월드컵은 단지 승패를 가르는 대회가 아니라,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교차하는 인간 드라마의 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