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또 다른 주인공, 그들도 빛나고 때론 비난받는다
축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는 언제나 선수지만, 그라운드 위의 결정권을 가진 이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주심입니다. 한 경기의 분위기와 흐름, 나아가 결과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이들은, 때로는 영웅처럼 추앙받기도 하고, 때로는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합니다.
특히 국제 대회나 중요한 클럽 경기에서의 판정은 오랫동안 회자되며, 그들의 이름 역시 축구 역사에 남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명판정으로 박수를 받은 심판들과,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심판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명심판의 품격 – 피에를루이지 콜리나와 펠릭스 브리히
축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심판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는 단연 피에를루이지 콜리나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인 콜리나는 1990~2000년대를 대표하는 주심으로, 특유의 카리스마와 정확한 판정으로 '그라운드의 권위자'로 불렸습니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결승전(브라질 vs 독일)에서 주심을 맡으며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자로 자리매김했죠. 경기 내내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도 흐름을 끊지 않는 판정은 많은 전문가들에게 ‘모범 사례’로 언급됩니다. 그의 외모도 화제가 되었는데, 삭발에 날카로운 눈빛은 경기장을 압도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심판으로는 독일의 펠릭스 브리히가 있습니다. 법학 박사 출신으로 학구적인 이미지와 함께 정확하고 일관된 판정으로 FIFA 및 UEFA의 주요 경기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브리히는 선수들과의 거리를 잘 조절하며 경기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이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월드컵 등 큰 무대를 경험한 그는, 심판도 경기를 ‘운영’한다는 개념을 잘 보여준 인물입니다.
이처럼 ‘명심판’이란 단순히 룰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경기를 ‘읽고 조율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붙는 이름입니다.
비운의 이름들 – 오심으로 남은 심판들
하지만 모든 심판이 박수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축구는 초 단위로 빠르게 전개되는 스포츠이기에, 순간의 판정 하나가 오심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판정은 평생 한 심판의 커리어를 좌우하기도 하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호세 마우리시오 에스피노사(우루과이)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저지른 ‘램파드의 골’ 오심입니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전에서 프랭크 램파드의 슛이 골라인을 명백히 넘었음에도 골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가 TV 화면으로 골임을 확인했지만, 당시에는 VAR이 도입되지 않은 시기였고, 에스피노사는 명백한 오심으로 역사의 기록에 남았습니다.
또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기를 맡았던 에콰도르 출신의 바이론 모레노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탈리아전에서의 석연치 않은 퇴장 판정, 골 취소 등 수많은 논란을 낳으며 경기 이후 FIFA와 언론 모두의 집중 포화를 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축구계에서 퇴출되고, 몇 년 뒤엔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되는 등 비극적인 말로를 겪기도 했습니다.
오심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으며, 한 사람의 인생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VAR 시대, 심판의 역할은 줄어들었는가?
기술의 발전은 축구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VAR의 도입이 있습니다. 이제는 골 여부, 페널티킥, 레드카드, 오프사이드 등의 판정에서 심판 혼자 결정하지 않고, 비디오 판독과 협업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심판의 존재감이 줄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심판의 부담은 줄었지만, ‘판정 기준을 명확히 전달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심판의 책임은 여전히 막중합니다. VAR로 판독을 하더라도 최종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필드 위 주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VAR 시대에는 심판의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영상 판독 후 선수들과의 설명, 관중과의 소통이 경기를 부드럽게 운영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죠. 최근에는 FIFA도 심판들의 마이크를 통해 판정 이유를 직접 설명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하며, 심판의 '설득력'과 '중재 능력'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즉,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축구의 공정함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여전히 ‘사람’이며, 심판은 그 중심에서 여전히 중요한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판정도 예술이 된다면, 심판도 스타다
경기의 흐름, 감정,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 바로 주심입니다. 때로는 영웅, 때로는 비난의 대상이 되는 그들의 존재는 축구라는 종합 예술 속에서 결코 조연이 아닙니다.
콜리나와 브리히 같은 명심판이 있기에 우리는 ‘이 경기는 믿고 본다’는 신뢰를 갖게 되고, 논란의 심판들은 VAR 도입과 시스템 개선의 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심판도 축구의 일부입니다. 그들의 이름이 전 세계에 회자된다는 것 자체가, 축구가 얼마나 복합적이고 인간적인 스포츠인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