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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축구에서 사라진 포지션들 – 잊혀진 역할의 역사

by jubad1 2025. 4. 22.

 

 

포지션은 시대의 거울이다

해외 축구에서 사라진 포지션들 – 잊혀진 역할의 역사
해외 축구에서 사라진 포지션들 – 잊혀진 역할의 역사

 

축구는 전술과 기술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스포츠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어떤 포지션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고, 또 어떤 포지션은 점차 그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특히 1980~2000년대를 풍미했던 전술적 포지션 중 일부는 현재의 경기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졌거나, 이름만 바뀐 채 다른 형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과거 축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포지션들에 대해 알아보며, 그들이 어떤 역할을 맡았고 왜 사라졌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리베로(Libero) – 수비수 이상의 수비수

 

‘리베로’는 이탈리아어로 자유로운 선수를 뜻하며, 흔히 스위퍼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이 포지션은 수비 라인 뒤에 배치되어 상대의 침투를 마지막으로 저지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수비 시작점이자 빌드업의 시발점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담당했습니다.

대표적인 리베로 선수:
프란츠 베켄바워 (독일): 리베로의 원형이자 전설. 우아한 플레이와 정확한 롱패스로 독일 축구를 지배했습니다.

가에타노 시레아 (이탈리아): 강한 수비력과 리딩 능력을 갖춘 유벤투스의 핵심 수비수.

리베로의 몰락:
리베로는 4백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되었습니다. 현대 축구는 조직적인 오프사이드 트랩과 고강도 압박 수비가 주를 이루며, ‘자유롭게 움직이는 마지막 수비수’라는 개념이 위험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의 센터백은 더 높은 라인에서 수비하며, 리베로의 역할 중 일부는 골키퍼(스위핑 골키퍼)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분산되어 넘어갔습니다.

 

섀도우 스트라이커(Shadow Striker) – 골과 어시스트의 중간자

 

 

섀도우 스트라이커는 최전방 공격수 뒤에서 활동하면서 찬스를 만드는 동시에 직접 골도 노리는 포지션입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AMF)와는 다르게 수비 부담이 적고, 주로 골문 근처에서 플레이하며 스트라이커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섀도우 스트라이커:
델 피에로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전설로, 기술과 시야, 골 결정력을 모두 갖춘 섀도우 스트라이커.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아르헨티나): 공격과 연결 플레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던 선수.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쇠퇴 이유:
현대 축구는 측면 공격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중앙에서 다이렉트하게 슈팅을 노리는 형태보다는 풀스-나인이나 전방 압박형 포워드가 선호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술의 유연성으로 인해 공격형 미드필더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또는 윙어로 포지션 이동하면서 섀도우 스트라이커라는 명확한 개념이 희미해졌습니다.
4-4-2와 같은 전통적인 투톱 전술이 줄어든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윙백의 양면성 – 사라진 포지션인가, 진화된 포지션인가?

 

 

‘윙백’은 측면에서 수비와 공격을 모두 수행하는 다재다능한 포지션입니다. 전형적인 3-5-2 또는 5-3-2 시스템에서 윙백은 사이드라인 전체를 책임지는 핵심 선수였습니다. 공을 소유했을 때는 윙어처럼, 수비 상황에서는 풀백처럼 활동해야 했기에 체력과 전술 이해도 모두가 요구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윙백:
카를로스 (브라질):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중거리슛으로 이름을 날린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지안루카 잠브로타 (이탈리아): 양쪽 풀백 모두 소화하며 2000년대 중반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팀의 주전 윙백으로 활약.

오늘날의 윙백:
윙백 포지션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포지션 자체가 ‘전술적 도구’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인버티드 풀백(내부로 좁혀드는 풀백)을 활용해 전통적인 윙백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윙백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정형화된 포지션’이 아니며, 팀 전술에 따라 이름도, 역할도 바뀐 채 존재하고 있습니다.

 

축구 포지션의 소멸은 끝이 아닌 진화

 

 

포지션의 변화는 단지 ‘사라짐’이 아니라, 전술적 필요에 따라 ‘진화’된 형태입니다.
리베로의 전방 빌드업 능력은 오늘날 ‘볼 플레이잉 센터백’으로,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침투력은 ‘인사이드 포워드’나 ‘역할을 부여받은 윙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축구는 유동적인 스포츠이며, 시대가 바뀜에 따라 같은 재능이라도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또한 전술의 트렌드는 언제든지 다시 돌고 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일부 팀들은 3백 시스템의 부활과 함께 정통 윙백의 부상을 시도하고 있고, ‘하프백’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기도 합니다.

 

축구에서 포지션이란 단지 선수가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넘어서, 그 시대 축구의 철학과 흐름을 반영하는 지표입니다.
사라진 포지션들의 이야기는 단지 옛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의 전술과도 연결된 중요한 힌트를 줍니다.
과거의 리베로나 섀도우 스트라이커는 이제 팀 내 다른 포지션 속에 스며들어 있으며, 이는 축구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는 가장 멋진 증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