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시장의 진정한 ‘가성비 영웅들’
축구 이적 시장은 언제나 돈이 오가는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보통 막대한 이적료가 들린 초대형 계약이지만, 반대로 소리 없이 강하게 팀에 기여하는 ‘가성비 최고의 영입’도 있습니다.
수천만 유로의 스타보다, 단 몇 백만 유로 혹은 자유계약(FA)으로 영입되어 팀의 운명을 바꾼 선수들.
이들은 이적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즌이 끝난 뒤엔 팬들이 가장 먼저 유니폼을 사게 만드는 선수들이 되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적료 대비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낸 10명의 선수들을 선정하고, 그들의 영입 배경과 임팩트를 소제목별로 나누어 정리해보겠습니다.
믿기 힘든 이적료, 충격적인 퍼포먼스
1) 은골로 캉테 – 레스터 시티 (2015, 600만 유로)
프랑스 리그 2부에서 뛰던 캉테는 2015년 여름 레스터 시티로 단 600만 유로에 이적했습니다. 당시에는 누구도 이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 될 줄 몰랐습니다.
그는 엄청난 활동량과 인터셉트 능력으로 레스터의 ‘기적의 우승’에 핵심이 되었고, 이후 첼시에서도 리그 우승과 UCL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가성비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진정한 레전드 영입이었습니다.
2) 앤디 로버트슨 – 리버풀 (2017, 900만 파운드)
헐시티에서 강등당한 로버트슨은 2017년 리버풀에 단돈 900만 파운드에 합류했습니다. 처음에는 후보로 입단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 최고의 좌측 풀백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프리미어리그 우승
공격과 수비에서의 압도적인 영향력
을 보면, 이 이적은 클롭 체제 최고의 ‘도둑 계약’ 중 하나로 남습니다.
3) 케빈 드 브라이너 – 볼프스부르크 (2014, 1,800만 유로)
첼시에서 실패한 레이블을 달고 독일로 간 드 브라이너는 볼프스부르크에서 환골탈태해 리그 최다 도움왕까지 차지하며 맨시티의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맨시티에서의 이적료는 크지만, 볼프스부르크 입장에서는 18M 유로로 세계적인 미드필더를 잠시나마 보유하고 엄청난 시세 차익을 남겼습니다.
자유계약(FA)으로 만난 월드클래스
4)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바이에른 뮌헨 (2014, 자유이적)
레반도프스키는 도르트문트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뒤, 계약 만료로 바이에른 뮌헨에 자유 이적합니다. 이적료는 0원이었지만, 그는 이후 뮌헨에서 300골 이상을 넣으며 역대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뮌헨은 단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유럽 최고의 공격수를 영입해, 수많은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함께합니다.
5) 안드레아 피를로 – 유벤투스 (2011, 자유이적)
AC 밀란에서 방출된 피를로는 유벤투스로 자유 이적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제 끝난 선수’라고 평가했지만, 그는 유베에서 미드필드의 지휘자로 부활해 팀의 부활을 이끌었습니다.
그가 유벤투스에서 보여준 클래스와 리더십, 그리고 팀의 세리에A 4연속 우승 기여는 가성비를 넘어 ‘역사적인 FA 영입’으로 평가받습니다.
빅클럽이 놓친 진주들
6) 모하메드 살라 – AS 로마 (2016, 1,500만 유로)
첼시에서 실패한 뒤 피오렌티나와 로마를 거치며 부활한 살라는 2016년 로마에서 약 1,500만 유로에 완전 영입됩니다. 그 후 리버풀로 이적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죠.
하지만 살라가 로마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첼시가 너무 빨리 포기한 선수’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로마 입장에서는 탐나는 재능을 저가에 영입해 가치 폭발을 이뤄낸 이상적인 사례입니다.
7) 디디에 드로그바 – 마르세유 (2003, 400만 유로)
드로그바는 2003년 프랑스 EA 갱강에서 마르세유로 단 400만 유로에 이적합니다.
그는 마르세유에서 단 1년 만에 19골을 기록하며 유럽 빅클럽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결국 첼시로 대형 이적을 이뤄냈습니다.
당시 마르세유는 단기 투자로 몇 배의 이익과 엄청난 임팩트를 동시에 얻은 셈이었습니다.
리그 중하위권의 천재적 스카우팅
8) 일카이 귄도안 – 도르트문트 (2011, 500만 유로)
뉘른베르크에서 뛰던 일카이 귄도안은 도르트문트가 단 500만 유로에 데려온 영입이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클롭 체제의 핵심 미드필더가 되어 챔스 준우승과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끕니다.
공수 연결, 패스 전개, 조직력까지 갖춘 이 멀티 플레이어는 도르트문트가 발굴한 최고의 ‘저비용 고효율’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9) 토마스 수첵 – 웨스트햄 (2020, 2,000만 유로)
체코 출신 미드필더 수첵은 슬라비아 프라하에서 임대로 웨스트햄에 합류한 뒤, 단숨에 팀의 공격적 중거리슛과 제공권 싸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습니다.
결국 완전 이적에 약 2천만 유로를 들였지만,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매시즌 7~10골씩 기록하는 미드필더가 되었고, 팀을 유로파 컨퍼런스 우승까지 이끄는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10) 마르코스 알론소 – 피오렌티나 (2015, 자유이적)
수비수지만 결정적인 득점력을 갖춘 알론소는 피오렌티나로 FA 이적 후 엄청난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 후 첼시에 합류해 안토니오 콘테 체제에서 윙백 포지션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며 리그 우승에 크게 기여합니다.
단 한 푼도 들지 않고 영입한 선수 하나가 전술 변화를 이끄는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였습니다.
값보다 값진, 축구의 매직
이적 시장은 언제나 불확실성과 가능성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세계에서도, 때때로 작은 투자로 거대한 수확을 거두는 ‘기적의 영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이적료가 아니라, 자신의 기량을 어떻게 증명하고 팀에 녹아들었는가입니다.
진짜 좋은 영입이란, 가격표가 아니라 결과와 영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 선수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